이젠 그제가 되어버린 8일에 진현기 - 진워렌버핏이 죽더니 오늘은 박원순이 죽었다. 발견이 오늘인거고 사망은 9일에 했을테니, 하루차이로 사회에 서로 다른 형태와, 형태의 다름과는 비교가 안되는 압도적인 차이로 다른 크기의 명성을 가졌던 두 사람의 죽음이 이어졌다.
박원순이야 워낙 유명인사니 그의 죽음에 대해 설명 안해도 다들 잘 알겠지만 진현기는 아는 사람만 아는 사람이니...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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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참고
박원순은 워낙 유명하고 인지도도 있는 사람이고, 그 죽음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동안은 수 많은 이야기와 논란들이 오고갈테고, 일단 나 자신 지금 그냥 멍 한지라 뭐라 말을 못하겠기도 하니 굳이 말할 것은 없는 거 같다. 진현기의 죽음도 그 바닥 - 인터넷 방송 바닥에서는 이미 한참 시끄럽고 뒤에 남은 원한도 깊은지라, 사건 자체로 보면 오히려 더 오래갈 일이다. 박원순의 경우는 가해자(일 것이 매우 유력한 사람)가 죽은 것이지만 진현기의 경우는 피해자가 죽었고 가해자는 뻔뻔하게 발뺌하고 있는지라.
사실 지난 이틀동안 진현기의 죽음 때문에 꽤 우울했다. 따지고 보면 박원순이 지금 죽었지만, 나란 작자가 처한 꼬라지로 보자면 박원순의 업적과 명성에는 감히 비할바가 못되고 이 사회의 놈팽이 쓰레기라는 점에서 오히려 진현기가 나하고 비교가 될 처지니까. 아니, 쓰레기 짓이기라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뭐라도 했다는 점에서는 나는 진현기하고도 비할바가 못되긴 하겠다만, 그랴도 박원순보다는 좀 더 이입이 된달까나, 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사실 진현기와 나는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나가 진현기보다 나은 점이라믄 나는 적어도 도덕적으로 공개적인 문제가 될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마 클리어하게 살아온 것 만은 아니긴 하다만. 학식이나 사고력도 내 쪽이 훨씬 높다. 정신적으로도 크게 안정되어 있고. 내 노력의 성과는 아니지만, 알량한 재산도 물려받아 갖고 있고 사실 놈팽이짓도 그걸로 하고 있는거지. 세입자들의 노력의 산물을 아무것도 안하는 주제에 빨아먹는 놈팽이짓. 그래도 이건 불법도 편법도 아니고 윤리적으로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일단 현 사회에서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니 나은점이라고 치자.
그런데, 만약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동생가족이 유고라도 당한다고 할 경우 내가 죽는다면 내 장례식을 치뤄줄 사람이 있나? 지인이 없는건 아니지만, 진짜로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의 지인밖에 남지 않았는데, 물론 그 양반들이 애도를 해 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장례식까지 치뤄주겠느냐 하면... 음... 지인들이 이 블로그에 오는데, 나 죽으면 장례식 좀 치뤄달라는 말로 보이겠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인님들. 박원순은 갔지만 서울시에서 무연고 사망자 가는 길 잘 배웅해주니 서울시가 해 줄거에요. 여러분들은 애도만 해 주시길. 물론 생물학적으로 내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지만 ㅋㅋㅋ
나는 오늘 날이 밝으면 진현기의 빈소에 갈 것이다. 장소는 성남의 성모장례식장이라고 한다. 8일날 작고했지만, 일단 3일장이 관행이니 오늘까지 하겠지? 사실 9일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똥차가 와서 정화조 치우느라 잠을 설쳤고, 운동가는 날이기도 한지라 뭔가 결단이 안 서서... 이틀동안 우울해하면서 진현기의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서 그런지, 우울함이 오늘 오후부터는 가시기도 한지라, 가야지... 싶은데 가야하나? 싶기도 했다. 박원순 때문에 저물어가던 우울함이 다시 몰려와서 가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그 장례식은 로봉순이라는, 진현기 생전의 지인이 차려준 것이라고 한다. 가족이 워낙 형편이 어렵고 진현기 본인이 80년생 41세인지라 부모님의 연세도 상당한 고령일 것인지라 그럴 여력이 없어서 장례식 없이 끝내려는 것을 그의 지인들이 챙겨준 것이라고 한다. 로봉순 외에 부천에서 그를 아들처럼 돌봐주던 체육용품점 사장님도 분향소를 가게에 차렸다고도 한다.
하여튼 진현기보다 내가 못한점은 결국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이다. 그의 온갖 파행과 수감으로 인한 3년여간의 공백에도 그는 최근에도 지인들을 졸라 벌금 3백만원을 모아낼 정도로 하여튼 주위사람들의 돌봄을 받았다. 위에 말한 부천의 체육용품점 사장님은 어떻게든 멀쩡한 생활을 시켜보겠다고 채용해서 일도 시켜줬다. 진현기 본인의 불성실함으로 얼마 못갔지만. 요즘... 뿐 아니라 사실은 내가 사람과 관계하기 시작한 근 40년전부터 생각하는거지만, 결국 사람은 어울려야 사람사이 - 인간이다. 어울리지 못하는 건 인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지식과 윤리를 갖춘 고깃덩어리일 뿐이고, 진현기는 지식과 윤리는 없지만 인간이다. 민폐를 안 끼치지만 난 인간이 아니고 민폐덩어리지만 진현기는 인간이다. 아니 이었다.
장단점을 더하고 빼보니 어째 진현기와 나는 인간 유형론으로 보자면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정말로 극과 극인 인간이랄까나. 그런데, 왜 나는 진현기에 이입하는 것일까. 일단은 내 인생이 막장이고 그의 인생도 막장이니 막장인생으로서의 동질감 같은게 분명히 있다. 둘 다 이 사회의 존재로서 모종의 한계에 맞닥뜨려 있는데, 나는 별 다른 대응없이 서서히 침몰해가는 존재이고, 진현기는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이대로 죽을순 읎따!!! 라믄서 발악을 하는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 만으로 동질감을 느낄수는 없는데... 사실 동질감이라기보다는 동정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거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믄 진현기는 가해자형 인간이 아니다. 피해자형 인간이지. 애초에 죽음 자체가 유영기에게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살해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그 전의 그의 막장인생의 모습들도 상당부분은 사회적 약자로서 구걸이나 호소에 가까운 면이 크다. 인방러들이 뭐 안 그런 사람이 있나 싶긴 하겠다만 철구니 밴쯔니 하는 인간들하고 비교하면 그건 분명하지 싶다. 일단 심리적으로 그는 자기가 취약하다는 것을 강하게 인지하고 그에 대해 과도한 방어기제를 행사한 사람에 가깝다. 킹무갓키의 그에 대한 서술에서는 그는 약강강약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가 더 큰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면 어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처음 뜨는 것부터 남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자기를 망가뜨리면서 떴고 그 뒤에 저지른 성범죄들도, 강간등의 능동형보다는 노출이나 음행사진 보여주기등 수동형인게 많다. 당연히 수동형이니 죄가 덜하다는 게 아니고(뭐 형량면에서 강간이 노출보다는 높으니 덜한 것도 맞긴 하다만), 정확히는 덜어지는 게 아니다 라고 할까. 하튼 덜어지는 게 아니지만 행태상으로 수동형 방어형 인간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점이 내가 그에 대해 갖는 생각이며, 그런 점 때문에 흔하디 흔한 말인
"그도 결국 피해자"
라는 생각을 그에 대해 갖게 된 면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도 결국 피해자, 라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인간이 진현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할 수 있고. 그 정점을 찍은게 사실상 살해당한 그의 최후라는 점이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하면 대충 말이 되는 거 같다. 워낙 쓰레기로 이름 높은 인간이다보니 동정하는 이유 설명하기도 참 힘드네 거. 간단히 말해 가해자인 유영기 - 유신은 사회가 따뜻해져도 아마 형편없는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진현기는 아마 사회가 좀 더 따듯했다면, 그렇게 막장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든 갱생시켜 보려 했지만, 그걸 내팽개친 게 사실이긴 하다만, 그를 갱생시켜 보려는 사람들은 그의 방송을 통해 그를 접한 사람들이고, 그런 방송을 시작한 시점에서 진현기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참 불만이 많은 영화가 드주나 센세의 말씀마따나 와킨 피닉스가 주연한 영화 조커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 조커를 보고 동정을 한다. 영화가 잘 만들어진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게, 조커란 캐릭터의 악도 잘 느껴지게 만들었으면서, 그 조커를 수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게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점이지 싶다. 물론 영화는 보지 않았다만.
그래서 내가 치는 드립이 비슷한 시기에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이다.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는 난 그 영화를 야유의 의미를 한껏 담아 안인득이라고 부른다. 조귀를 호평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입체적이고 "현실적" 인 캐릭터라고들 하는데...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남을 해치면 안인득, 남을 안(덜) 해치면 진현기일 뿐이다. 현실에 윤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동정만 할 수 있는 그럴싸한 피해자 같은 건 없다.
진짜 현실주의자인 하ㅈ... 아니 구고신 선생 말마따나.
막장이라는 개념도 뭐랄까...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여겨지지만 현실로 존재하는 것을 끄집어내서 어떻게든 드러내서 그걸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난 내 스스로 막장이라고 하니, 나를 욕하지마, 라고 하는 방어기제라는 면이 있달까나, 그렇게 본다. 상처받아 있지만 상처받기는 싫으니까. 이러한 막장론에 대해서는 역시 언젠가 따로 글을 쓰겠다고 10년전부터 생각중이다. 10년뒤에도 생각중이기만 하겠지. 진현기는 그런 상처받은 영혼들 중에서... 이런 표현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선" 을 넘지 않은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 선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구구하게 지금까지 글을 써 온건데,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옹색하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그래도 굳이 우호적으로 봐 주자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느낌이 오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크게 남을 해치는(면이 큰) 인간과 남을 해치지 않는(면이 큰) 인간으로 보는 관점이 강한 나로서는 그런 부분이 진현기에게서 묘하게 안스럽게 느껴진 부분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의 비참한 최후가 안타까워 견디기가 힘든 것이다.
어째 제목은 낚시가 되어버렸다. 박원순의 죽음이 진현기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다시 불러일으켜 글을 쓰게 된 동기로 작용한 것은 맞긴 하다만, 박원순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니. 박원순은 워낙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어놔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아마 말 안하고 한동안 피지랄... 아니 피지알은 스포츠 연예게시판만 갈 듯. 하긴 뭐 지금도 거의 그런다만...
진현기는 큰 부와 화려한 명성을 원했다. 저승이란 게 있다고 생각은 않는다만, 진현기가 저승을 믿었다면 저승에서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이 것이 진현기의 안타까운 죽음에 바치는 나의 조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