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3. 20:12 때때로 일어나는 일
윤석열 조국 사태에 대한 중간평
저번에 내게 물어온 지인이 지금은 어찌 생각하냐고 또 물어왔다. 검찰개혁사태라는 전체국면으로 보면 아직 진행중이니 중간평이라는 제목으로 지인에게 한 답변을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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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정경심 불구속기소하던 그 시점인데, 그 강제불구속기소가 결과적으로 조국 임명을 오히려 확정지어버렸다는 생각 자체는 변하진 않았네요.
단지 저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조국이 임명이 되고나면 점점 논란이 수그러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논란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커졌고, 그 와중에 지지율 흐름이 초반엔 지지층 결집으로 선방했지만, 그 시점에도 이미 중도층의 이탈은 감지되었다고 보는데,
이게 반대측의 강한 결집과 중도층 이탈의 확대가 계속되니, 집토끼 결집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서 지지율이 40%를 깨느니 마느니 하는 선까지 밀리니 그 시점에서 조국이 물러났죠. 지난번에 말은 못했지만 첝징이한텐 슬쩍 말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윤석열도 조국도 물러나지 않는게 맞다고 봤거든요.
윤재인이도 결국 조국을 사실상 경질하면서 뒤늦게 조국 윤석열 콤비가 어쩌고 저쩌고 뒷북쳤지만 하여튼 최악의 정무판단이었다는 점은 이제와선 빼박못하고.
검찰이 정치적이었는가? 하는 부분에서 저는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 라고 말했었는데, 지금와서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적 논란에 사법기관이 끼어들어 논란을 부추긴 결과가 된 점은 있다고 봅니다.
결국 논란이 되는건 특수부 4개부의 총투입과 소환조차 않고서 정경심을 불구속기소한 두가지의 성격인데... 저로서는 그래도 이게 순전히 정치적 의도만으로 그랬는가, 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나 그렇게 보네요.
일단 특수부 4개부의 총투입은 사안이 중대할 경우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사안이 중대하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 차이가 있겠습니다. 조국 딸내미의 입시비리 문제와 조국 일가의 불법투자문제인데, 이게 권력형 비리인 혐의가 있다라고 할 때... 좀 판단이 애매한거 같긴 합니다.
죄질 자체로는 그렇게까지 엄청난 비리인가? 라는 부분에는 저로선 아무래도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게 범죄인게 밝혀진다면 분명 중죄인거 자체는 틀림없고 전국적 관심사가 된 권력형 비리의 혐의가 있다고 한다면 특수부를 좀 많이 투입한다고 잘못된 판단인건 역시 아닌거 같습니다.
만약 박근혜 정권에서 황교안이 법무장관이 될 때 검찰총장이 이랬다면(당연히 그럴 수 없지만) 반응이 어땠을까요? 조국이 인간 쓰레기이고 인생을 잘못 살아온 자체는 틀림없는 이상, 그 범죄에 대한 수사자체는 저로선 문제삼기 힘들다고 봅니다. 정경심에 대한 것도 비슷한 선상이라고 보고.
문제라면 사건 자체가 극심한 정치갈등의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어떻게 처신하든 그 정치적 파장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겠죠. 무엇보다, 사람들 입장에서 제일 뜨악한건 여야가 갈등하는 법률적 사안이 있을 때, 과연 검찰이 정권에 불리하게 행동한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라는 부분입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전례가 있습니다. 채동욱이죠. 그 때 사람들 반응도 기억하실겝니다. 사실 지금하고 똑같죠 구도는. 야권은 열광하고 여권은 붕쯔붕쯔하고. 그 때는 결국 찍어내기로 끝나버렸습니다만.
이 사건 이전 윤석열이 임명될 때 자유당은 반발하고 민주당은 흐뭇했던 건 기억하시죠? 근데, 바로 이어진 조국정국에서 그게 완전히 뒤집힌 것 - 특히 윤재인이 지지층에서 뒤집힌건 배신감때문인 부분이 크겠죠.
사실 전 그래서 이 사태에서 반발하는 윤재인 지지층에 반발하는 거긴 합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윤석열은 박근혜 들이받듯이 윤재인이 들이받은 것 뿐인데, 왜 유불리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느냐? 라는 점에서.
전 아직도 윤석열을 신뢰하는 데, 신뢰하는 이유는 이렇게 개인차원에서의 행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일관된 행보를 보인다는 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두 가지를 말씀드린게 되겠네요. 사법적으로 볼 때 충분히 할만한 판단이었다는 점, 윤석열이란 인물이 상황에 따라 행동원칙을 바꾼게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정황상으로 검찰개혁 방해라고 읽을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음에도, 윤석열의 행동에 큰 하자는 없다, 이게 여전히 저의 결론입니다.
얼마전 윤석열이 이명박 시절이 쿨했다, 라고 하는 바람에 또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다만 윤석열측은 윤재인 시절에도 자유롭게 수사하고 있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을 끊는 바람에 말 못했다, 라고 해명하긴 했습니다. 전 이거 물어본 이철희가 잘못했다고 봅니다만. 그런거 왜 물어봐.
하튼 윤석열은 간섭받지 않고 법절차 자체에 위배되지 않게 했는데, 이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하든 논란이 커질수 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은 사건수사에 전력을 다하는 방향으로 행동했는데, 그게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팩트일겝니다.
그게 검찰개혁 방해라는 정치적 의도 달성을 위한 것이었느냐, 아니냐 라는 점에서 보면 여전히 저는 아니라고 보는 쪽인거고.
거기에 흐름상으로 볼 때 검찰의 진짜 목적이 검찰개혁 저지라고 한다면, 지금 흐름이 그게 저지되는 흐름이냐?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거든요. 일단 윤석열 본인이 최근에 공수처 반대 안한다고 한거나, 검찰의 감찰권을 법무부로 넘기는 문제나 이런 것들이 처리되고 있는것도 그렇고.
이러니 저러니해도 일단 발동한 검찰개혁은 가긴 가는 분위기이지 싶네요. 검찰이 진짜로 사생결단으로 검찰개혁을 막으려 했고, 그 수단으로 조국 조지기에 올인했다, 라고 전제를 세워놓고 보면 지금의 결말은 그런 의도대로 된 것인가? 냐면 그건 좀...
검찰의 정치행위라는 논점에서 조국 일가실각이 의미있으려면 검찰개혁이 좌초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지금 흐름으로 보면 검찰개혁이 좌초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건 아닙니다. 핵심은 결국 공수처법의 처리여부인데, 국회표결에서 이게 부결이 되거나 표결부의에 실패하거나 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야 그 때는
검찰개혁의 실패라고 확언할 수 있을텐데... 어쨌건 지금 분위기는 일단 공수처법은 결국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흐름 아닌가 그렇게 보거든요.
물론 저는 지금의 검찰개혁이 수준상 미흡하지 않나 생각하긴 합니다. 더 씨게 해야한다고 보는데, 민주당과 윤재인이가 정치력이 모자라니... 이젠 울 이니 하고 싶은거 다 하는 세상도 아니구... 공수처 저게 된다고 정말 검찰개혁이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구...
뭣보다 저는 검찰개혁이 정말 그렇게까지 중요하냐? 할 때, 안 중요한건 아닌데, 이 시국에 이 지랄 해가면서 할 일이냐면 그건 단언코 아니라고 보기도 하는지라 이래저래 참 갑갑합니다. 그냥 민생행보나 적당히 하고 일본하고 잘 싸우고 그러다 총선 끝나고 하지 뭔...
마 이왕 이래된거 어쩔 수 없이 하긴 해야겠십니다만. 일단은 공수처법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나중에 또 이야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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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엔 글이 지나치게 얼기설기 엉성했던거 같은데, 그런 후회같은게 있었던지라, 그 동안 생각을 좀 정리해둬서 저번보다는 좀 말이 되는 글을 쓴 거 같다. 생각해 생각 생각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