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일만에 쓴다... 마 열심히 운영해서 수 천 수 만명씩 방문자를 끌어오는 블로그도 있다만, 대개 블로그는 자기 생각 가볍게 쓰는 곳이다. 마, 나라고 수 만명씩 오길 안 바라느냐면 완전히 그런건 아니긴 헌디, 일본해가 어쩌고 천황폐하가 어쩌고 대본영이 어쩌고 하는 블로그에 수 만명이 오면 그게 더 문제이지 싶기도... 애초에 수 많은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기보담은 내가 하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는 뭔가 써서 남기고 싶은 바램에 하는 곳이기에 결국 여기는 내 일기장 이상은 아니다. 그렇기에, 맘편히 쓰면 되고 워낙 생각이야 많으니 줄줄 써내려가면 그만인데... 그게 또 막상 쓸라믄 그렇지가 않다. 그래도 잘 쓰고 싶고, 결국 나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디, 그게 왜 좋고 왜 믓찐지를 제대로 쓰고 싶다보니 그게 부담이 뒤야서 부담감땀시 에이 내일쓰자, 에이 모레쓰자 하고 미루게 되네. 마 이 또한 나으 심정이니 으짤 수 있나. 그런갑다 하구 써 내려가야지. 어떻게든 6월에 가고시마 가기 전까지는 다 쓰는걸루


각설하고

오늘은 어떻게든 하기에 도착혀 보기루 허자.

은가이 일본 다녀본 사람이래두 야마구치 같은 시골은 생소하지 않기가 힘들기에, 지도를 적극 첨부혀야 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랴서, 이번 회 부터는 글 머리에는 지난 회에 지나친 곳들을 지도로 보여주고, 글 말미에는 이번 회에 지나친 곳들을 지도로 보여주고하는 지도로 열고 지도로 닫는 구성으로 해보기루 혔다. 무계획적으로 쓰다봉께, 시행착오가 많지만, 써 가면서 발전하는 거라고 자위대해보자.


그런데, 막상 그려보니...


분홍색선이 시모노세키에서 하기까지의 동선인디 반도 못갔네... 아직 시모노세키 시역을 벗어나지도 못혔다... 사진을 좀 더 줄여서라도 이번회엔 반드시 하기에...


철도를 타고 지나가는 구간이 많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도착한 목적지에서의 사진과 여정이 훨씬 많다. 다만 시모노세키에서 하기까지는 로컬선으로서 속도도 느리고 뷰포인트도 많은데다 관광열차인 마루마루노 하나시를 타기까지 혀서 이렇게 내용이 많은 것. 2일차의 녹색선상중 전반부의 미네선 구간에선 사람이 많아 사진 별로 찍지도 못혔고, 후반의 신간선은 285킬로미터로 주변경관과 스치듯 안녕이니 찍은것도 별로 없음. 마 아예 없다는 건 아니구... 이빨 털면 그 선상에서도 한 회는 뽑을 수 있지만 그러지 말기로... 지도는 2원화할 것이다. 야마구치 전체에서 현재위치가 어디인지 보여주는 지도와, 그 현재위치를 확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보여주는 지도로. 지난 4화와 5화처럼 장거리 이동간의 내용만 있는 경우는 이처럼 전체지도만 올릴거구.


검은색선이 해당 회차에서 이동한 코스가 될 것이고, 회색박스로 전체에서의 위치를 표시할 것임. 점점 제도화되어간다~


각설하고

5화 시작합니다


마을 자체는 평범하지만 주변 지리가 참... 주고쿠 산맥의 계곡 한 복판에 깊게 자리한 마을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는 위치가 참 멋드러지지 시프요. 저 마을 한번 가서 바닷가부터 계곡따라 산마루까지 올라가 보고 싶더라능.

우미노 미에루 마치~


생각난김에 듣고들 가시라.



나가토후타미역과 에키덴마치. 역 이름은 나가토지만 행정구역상 시모노세키시내이다. 이런 경우는 현재의 나가토시가 아니라, 령제국 시절의 나가토국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산음본선상의 시모노세키, 나가토, 하기는 전부 폐번치현 전에는 나가토국. 한국같은 경우는 조선시대의 행정구역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지라, 이런 괴리가 벨루 읎는디, 일본같은 경우는 1872년 폐번치현 이전과 이후가 행정구역이 극적으로 달라지고 그 시기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닌지라, 현행행정구역이 아님에도 구 행정구역명이 상당히 많이 쓰인다. 특히 철도에 그런 흔적이 많은데, 이를테면 구마모토시와 오이타시를 잇는 규슈 중부내륙을 타통하는 간선의 이름은 호히본선이다. 오이타의 옛 지명인 豊後에서 豊자를, 구마모토의 옛 지명인 肥後에서 肥자를 따서 豊肥본선이라고 부르는 것. 豊後는 분고이고 肥後는 히고인데 분히가 아니고 호히인 이유는 豊자가 일반적으로는 호라고 더 많이 읽히기 때문. 이런 경우가 넘쳐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철도노선은 이런 식이다. 산음도 같은 이름도 이젠 공식적으론 안쓰지만 우리는 지금 산음본선상을 달리고 있지 않은가. 일본어의 고유명사의 무체계성은 전 세계는 몰라도 확실히 OECD 내에서는 분명 제 1일 것이기 때문에, 그냥 외워라... 일본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다 외울 수 있다.


...

이 학교... 운영하는거 맞나? 물론 나가 산음본선을 답파한 날이 토요일인지라, 학교가 쉬는 날이긴 했다만, 산속 사람도 마을도 별로 없는 곳에 휑뎅그레~허니 놓여있는 학교를 보니 뭔가 좀 음탕... 아니 음산한 생각이 들더라. 버려졌다기엔 노무 깨끗헌 것두 같구... 버려진 학교라면 당연히 이사쿠를 찍고 있을테니 음탕하기도 할 것. 첫 사진의 저거는 아무래도 수영장같은디, 2월에 수영할 일도 없을텐디 물은 왜 채워놓았댜... 이래저래 미스테리한 학교였다. 이사쿠 아니면 코난과 김전일이 지배하고 있는 학교일지도. 여기는 일본이니까.


ㅋ... 산골짜기에 콕박힌 마을을 감싸고 도는 구불구불한 삼나무 옛길... 아늑하기 서울역앞 그지없다...


아늑한 일본집들. 마지막 사진은 장작을 패서 쌓아놓은 게 특이해서 올림. 요즘같은 세상에 장작을 때는 집이 있나? 일부러 앤틱하게 벽난로를 쓰는 집이 있을지도 모르긴 하다만.



흐리게 나왔어도 역명판은 어지간하믄 올린다. 타키베역의 모습


일본가옥이 잘 잡혀서 올리기두 혔다만, 오른쪽의 보다 전통적인 일본가옥과 왼쪽의 세련된 현대식 가옥이 대비가 되는 것도 맘에 들어 올렸다. 오른쪽은 아늑한 맛이, 왼쪽은 세련된 맛이, 그러면서도 둘다 일본맛이 난다는 게 참 일본일본하다.


이런 집은 진짜 레고같지 않냐. 레고 일본성 시리즈 같은 느낌이 든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는 말이 끊임없이 튀어나오지 않을 수가 읎다.


이 곳은 코토이 역이라는 곳인데... 완전 깡촌의 시골역이다시모노세키 이후 안 그런 역이 있었냐꼴랑 자판기 한대가 편의시설의 전부... 일본은 자판기 대국이다. 이번 여행중 호텔에서 아사히 신문을 줏어봤는데, 거기에 실린 자판기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자판기는 250만대... 근데 이게, 급감해서 이정도랜다. 전성기는 270만대라던가...


코토이 역의 승강장


토인할매들이 내리는 모습. 이 모습을 보고 감회에 빠진 게, 이 전에 나가 쓴 여행기중에 가장 공들여 쓴 것은 2012년에 경전선 동부구간의 구선이 신선으로 대체되기 직전에 여행가믄서 거기서 찍은 사진이 오버랩되어서였다. 원북역이라는 곳인데, 그 곳의 할매들이 내리는 모습이 이 모습을 보믄서 떠올랐던 것.


이 사진이다. 한참 찾았네. 2012년 4월에 전국한바퀴 도는 여행을 혔었는디, 그 당시 원북역에서 찍은 사진임. 지금 저 원북역은 사라지고 없다...ㅠㅠ 워낙 외진 곳이라, 대체역조차 생기지 않고 그냥 사라져버림. 넘나 안타까운 것... 코토이 역은 당분간은 없어지지 않겠지.


체고에 안락함을 자랑하는 코토이역 편으시설


한국발음으로는 특우역이다. 특상급 와규라도 기르는 곳이려나?


마시마로생산이라믄 일본도 한국에 뒤지지 않는 대국이다. 아무래도 쌀 생산량이 많으니 일본쪽이 더 많겠지.


다시 바다가 펼쳐진다. 해안도로변에 홀로 솟을바위가 하나 돋아있다. 분명히 저 바위에는 발파하려 혔더니 인부가 기절했다더라, 같은 전설이 붙어있을거다. 여긴 일본이니까.


앞 바다에 떠 있는 아담한 섬. 분명 저 섬에는 요괴가 출몰해 아이들을 납치해다 잡아먹었다는 괴담같은 게 붙어있을거다. 여기는 일본이니까.


나가 여행을 잘 즐기는 이유를 들자믄 이런 모습들을 들 수 있다. 별 거 없는 허허벌판이잖아? 근데 난 이런거만 봐도 자지러진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깔깔거리는 여고생의 감수성이랄까나. 허허벌판 펼쳐지다가 건널목을 넘어 가로지르는 도로 하나라도 나왔다간 기절을 한다. 감각의 역치가 낮아서인지, 이런 심심하고 평범한 모습들만 봐도 괜히 감흥이 돋고 그런다. 그러니, 여행을 하면 순간순간이 다 즐거움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뭐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좋은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것에서도 감흥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좋은거 아니겠나?


히토마루역의 모습. 여기서부터 나가토시이다... 면 좋겠지만, 사실 이 앞의 이가미역이란 곳부터 나가토인디, 못 찍었다... 구경을 열심히 하다봉께, 놓친역이 쫌금 많다...


나가토 후루이치역으 모습. 중간 거점격이자 철도분기점이기도 헌 나가토역에 가까워지니 역의 빈도가 는다.

스게에... 스고이데스네... 이런 멋드러진 전신주를 보고 어찌 감탄않을 수 있으리. 어차피 경관에 장해가 될 전신주라믄, 이렇게 고즈넉한 멋이라도 있어야지 않을까.


멀리 신사가 보이기에 또 찍어봄. 대개으 도리이는 돌 도리이다. 왠지 돌 도리이면 근본없어 보이는 느낌... 현실적으로는 나무도리이로는 제대로 관리하는게 불가능에 가까우니 으짤수 읎겠다만서두...


이런 집도 진짜 일본성채같다. 거기에, 저 나무 나가 교양이 짧아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본식 정원하믄 저런 나무 하나 있어야지 싶은 나무라 더더욱 좋다. 돌 기단에 기와얹은 흰벽으로 둘러치고, 성문같은 계단위의 정원에 천수각같은 가옥과, 일본식으로 꾸며진 정원의 모습의 집. 문화적으로 일본은 정말 특색이 강한 스타일리스트같은 느낌이 있는데, 집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곳에서도 그러한 스타일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일본을 좋아허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모습.


산음본선상에서 바닷가 사진은 흔한 것.


중간경로의 필두격인 나가토시에 진입했다. 시가지의 여러모습들을 대충 올려 봄.


사진찍는 사람을 찍는 사진. 난 이런 메타적인 상황을 참 좋아헌다. 분명 내 뒤에선 또 누군가 나를 찍고 있었을거야.


마루마루노 하나시는 나가토에서도 환영받는다.


마루마루노 하나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국 나가토다운 화물하역모습... 인데 나가토시는 인구가 3만여명밖에 안된다... 이래서는 한국의 군들 중에 갖다놓아도 중하위권... 다만, 나가토는 철도가 분기되는 요충지이기두 허구... 일본의 지리적 특성상 연안해운이 엄청 발달혀있다. 거기에, 선박과 함께 화물의 양대축인 철도가 일본에선 고자다. 철도대국이지만, 협궤철도의 한계땀시 철도의 화물운송기능이 형편없는 것... 그러다보니 이런 작은 시골에도 거점항이믄 저런 하역시설은 쉽게 볼 수 있는 것.


일본마을 중에서도 한 구석의 미깡나무와 함께 찍혀 야마구치임을 과시하는 모습


여행에 대한 나으 모토는

너의 일상은 나의 일탈

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는 여행지는 누군가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곳 아니던가. 이런 일상적인 모습이야말로 어찌보면 나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더 잘 보여주는 것 아닐까. 바람에 날리는 빨랫줄의 빨래와 미깡빛 지붕과, 텃밭과 옆의 허물어져가는 빈집까지 관광열차 차창밖에서는 풍경이 된다.


일본가옥사진을 자꾸 올리는 이유는 좋아하시는 분은 더 많이 보시라고, 안 좋아하시는 분은 자꾸 보고 좋아하시게 되라고 올리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스스로의 가옥을 어떻게 생각헐지 궁금헌디... 나가 만약 일본인이었다믄, 일본의 가옥문화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졌을 거 같다. 다녀본데 래봐야 홍콩, 상해, 마카오, 대만, 일본, 한국뿐인디, 그 중에서 가옥이 지어진 주거지구는 일본이 최고인 거 같다. 서울으 별 볼일없는 가옥들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도 좋아허는 내 입장에선 이런 집들이 즐비한 곳은 그 자체로 천국이다.


나가토 미스미역의 역명판. 다음역인 이이역은 일본에서도 가장 간단한 이름의 역이 아닐까. 한자로는 飯井역이라 그렇게까지 간단하진 않다만. 마치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믄 ㅇㅇ 역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이제는 흘러간 밈이지만 이 친구도 생각나고.

yeeyee역


흔들려서 흐릿한 사진 왜 올렸냐믄... 다리 교각밑에 퍼덕이는 물새 보이는가? 물새가 막 물을 박차고 떠오르는 장면이 인상깊어 찍은 것이라 올린거임. 순간포착이 빛나지 않냐? 흔들린건 아쉽지만.


ㅋ... 저 골목속으로 빠져들거 같다...


한국도 한옥가옥건축이 쫌금 더 발달혔으믄 이렇게 될 수 있었을 거 같은디... 기와지붕 올리는 건축양식이야 양국이 대동소이허니께. 일본이라고 막 돈이 덤벼서 코스트 무시하고 저래 짓는것은 아닐거구, 하도 보편적이다보니 단가도 낮아지구 기술도 보편화뒤야서 저렇게 된 거 아니겠나. 건축문화의 빌드업 과정에서의 차이가 이제와서 양국의 건축문화의 격차를 돌이킬 수 없게 벌였다고 생각허니 참 아쉽다... 한국에도 이런 전통가옥건축이 보존뒤얐다믄 굳이 일본에 와서야 이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텐디...


앞서 썼던가 모르긋는디, 일본은 굳이 한옥마을... 아니 和옥마을을 갈 필요가 읎다는 게 이래서이다. 그냥 동네가 다 화옥마을인디 뭐하로 화옥마을을 굳이 가나. 현실은 어마어마한 교통비땀시 어디 여행갈라믄 큰맘묵고 가야허는게 문제긴 허다만. 교통비만은 절대적인 한국의 승!


여행기념품으로 이런 것을 주더라. 하기는 도자기로 유명헌 곳인디, 그 하기에서 만든 도자기다. 이래저래 마루마루노 하나시를 탄 것은 여행의 첫 장을 굉장히 풍요롭게 해 줬달까나. 근디, 이게 부피가 미묘하게 커서... 캐리어가 아니라 약간 큰 백팩하나 메고 간 입장에서 담을데가 부족한게 문제... 이거 우겨넣느라, 가져간 짐중에서도 없어도 되는 거 일부는 버리고, 가방 싹 다 다시  싸느라 첫날 숙소에서 고생좀 혔다. 그리고, 지금은 방 한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는 중. 나가 워낙 차든 물이든 왕창 마시는지라, 기념품 수준의 작은 잔으로는 양이 노무 작아서...


우미노미에루마치가 넘쳐 흐른다...


데챠아아앗! 똥전신주상! 시야를 가리지 마는 데샤아아앗!!!


사실 열차차창밖으로 찍는 사진은 이렇게 버리는 게 반이다. 정말 맘에 들어서 찍었는디, 열차가 워낙 고속으로 이동허는지라, 나중에서야 이렇게 노이즈가 끼었음을 알게 되는 게 태반. 전신주가 없었다믄 완벽한 앵글인디, 설명충짓을 한다는 핑계로 망친 사진 올려본다.


아늑허다...


계속 이어지는, 지나치게 빛깔이 좋은 바다...


근데 바닷가에 쓰레기들이... 저건 다 자이니치가 버린 것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지나치게 고운 일본가옥들.

어찌보면 계속 이 패턴이긴 혔다. 바다 가옥 바다 가옥 가끔 들판 다시 바다 가옥.

나가 노무 심심한 것을 좋아하는 건가... 이런 모습들만 줄창 이어지더라도 많은 분들이 좋아허믄 좋을텐디.


다니믄서 보니까, 일본 놀이터에는 아직도 정글짐이 많이 있더라. 저거 한국에선 위험하다고 다 철거혔는디... 일본 아들은 보수주의 소극성이라 안 위험하게 잘 노나? 나 소시적엔 하튼 저기서 나름 재밌을 거 같아 들어갔다가 얼마 안가 싫증나서 나오기를 거듭혔던 기억이 선허다.


수 없이 올린 바다사진도 이 것이 마지막이다.


보인다! 하기! 행정구역상의 하기에 들어온 지는 쫌금 뒤얐다만, 저것을 하기라고 하는 이유는 저 산, 指月 - 시즈키산이, 조슈 모리번의 거성이었던 하기성이 자리잡았던 산이기 때문이다. 원래 전국시대부터 천혜의 요해여서 아마고씨 오우치씨가 지배할 때도 시즈키성이 자리혔던 곳이지만, 히로시마 아키 요시다고리야마 성이 거성이었고, 주고쿠 일대를 제패해서 주고쿠내에 전략적 위협이 사라진 모리 모토나리 이래 모리가문이 지배하는 동안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지역이었으나... 세키가하라전투에서 모리가문이 좆되고 스오 나가토 2국만이 남게된 이후 방어에 적합하면서 해상운송에도 편한 이 곳에 거점을 잡아 조슈 모리번 250년의 역사를 이어가게 되는 곳이다. 딱 봐도 바닷가에, 평평한 해안에 홀로 우뚝 솟은게 방어와 교통 모두에 유리해 보이지 않나? 하물며 이 사진에선 알기 힘들지만, 저 산의 양 옆으로는 또 강줄기가 흘러간다. 역겨운 도쿠가와군 따위는 10만명이 몰려와도 다 쳐 죽일 수 있는 천혜의 요새인 것이다.이에야스님 사랑합니다 충성충성충성


모순될지는 모르긋다만, 나는 전국시대 가문중에서 도쿠가와 가문과 모리 가문을 둘 다 좋아헌다. 서로 거칠게 대립했지만, 대립이야 그들 일이고 그 가문의 역사의 멋에서 감흥을 느끼는 것은 나으 일이니까. 세키가하라에서 도쿠가와가 이겼을 때도 좋았고, 무진전쟁에서 모리가 이겼을 때도 그들이 느꼈을, 250년의 원한을 풀었을때의 감정을 생각해보니 짜릿하더라.


시즈키산 밑으로 펼쳐진 하기마을의 모습. 역시 일본일본하다. 보시믄 아시겠지만 지붕일부에 눈이 쌓여있다. 이 시기 일본은 역대 최악의 폭설이 전국에 내리던 시점. 저녁이 되어 숙소에 들어가 늬우쓰를 틀 때마다 어디난 40센치, 어디는 60센치 속보들이 이어졌다. 내 여행도 좆되었어야 마땅허나... 어찌된 일인지, 야마구치의 서쪽인 후쿠오카와 야마구치의 동쪽인 시마네는 폭설로 뒤지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야마구치만은 별 다른 악천후가 없었다. 총 6일 일정중 눈이 온 것은 4일차뿐이었고, 심지어 2, 3, 5, 6일의 4일은 흐리지조차 않은 쾌청한 날씨를 보였다. 이는 일본의 8백만신께서 일본을 숭모하여 찾아온 반도으 꼬꼬마를 가호하심이리라~

일본일본한 마을에 미깡을 얹으면 야마구치. 하기 역시 밀감이 횡행한다. 밀감 못 먹어보고 온게 새삼 아쉬워지는군.


일본가옥중에서도 특히 이렇게, 1층에 복층식으로 지붕을 얹은 구조가 맘에 든다. 천수각으로 치자믄 2층천수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나. 일본 가옥을 들어가보지 않아서 저런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진 모르겠다. 아마 다락으로 쓰지 않을까 싶은디... 차라리 그냥 2층을 올리면 올렸지 저렇게 올려야 할 당위성이나 효율성은 없어 보이는데도 저렇게 많이 짓는 것이 또한 일본의 形 스러운 느낌이라 증말 좋다.


하기성의 천혜의 해자역할을 맡고 있는 남의 하시모토 강. 하기성의 북측 해자역할을 맡고 있는 아부강은 더 가야 보인다. 두 강이 둘러싸고 있는 삼각주격의 지역이 하기성과 그 성아랫마을이고, 하기의 구 시가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하기역의 모습들. 옛날에 쓰이던 개찰구가 앤팈허다.


하기역 역명판. 이름은 여기가 하기역인데, 하기의 철도교통의 중심이자 마을의 중심은 하기역이 아닌 이 다음 역인 히가시하기역이다.


지금 쓰이는 개찰구인디... 이것도 앤틱허잖아! 원래도 옛 것을 잘 보존허는 일본이다만, 최근 수십년간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가 멈춰버리다보니, 더더욱이나 시간이 멈춘 마을, 시간이 멈춘 나라가 뒤야부렀달까나.


여기서도 마루마루노 하나시를 직원들이 환영헌다.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진인디 흔들린 게 아쉽.

종착역인 히가시하기역에 닿기 전 마지막 철교인 아부강 철교를 건너고 있다. 강물에 귀엽고 맛있는 오리들이 많이 떠 있는 모습.


바로 이 지점이 아부강과 하시모토강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왼쪽이 지금까지 달리면서 보아온 하시모토강, 오른쪽이 원래 강의 본류인 아부강.


평범한 사진임에도 올린 이유는, 달리는 마루마루노 하나시의 객실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기에.


관광열차이긴 허다만, 아무래도 나같은 가이진들이 이용하기에 접근성이 좋은 열차는 아닌지라... 대부분 토인들이 탑승혔던 것으로 추정헌다. 하기는 일본내에서도 꽤 랭크가 있는 역사관광지인지라, 토인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헌다.


마루마루노 하나시


저 너머로 달려가면 경도까지 닿는다. 경도까지의 거리, 572킬로미터...


안녕 마루마루노 하나시. 잊지 못할거야...

이제 고작 여행 1일차 시작인데, 벌써 한참 써 온 느낌이 든다몇일 걸려 쓴지 생각을 해라 괜시리 감흥이...

드디어 하기에 도착혔다. 다음화에서부터는 뚜벅이다.


5화에서는 이만큼을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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