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1.10 쏘오련 멸망에 대한 어떤 증언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25663.html


때는 마침 입대 전, 시간이 황망하게 흐르던 시절이었고, 주변 선후배들이 모여서 <자본론>, <반듀링론>,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독일 이데올로기> 등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죽 읽어 나가던 참이었다. 군대 가기 직전에 그 책들을 읽어 나간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좀더 넓은 정치경제학의 맥락을 알 수 있게끔 프랜시스 허치슨, 애덤 스미스, 프랑수아 케네, 존 스튜어트 밀, 장 보댕, 베르나르도 다반차티, 장 바티스트 콜베르, 리처드 캉티용, 부아길베르, 튀르고의 정치경제학 관련 서적, 그리고 각종 중상주의 팸플릿까지 함께 읽었다면, 한층 넓은 시야와 좀더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이미 파리의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는 미셸 푸코가 유럽의 다양한 정치경제학 전통을 소화해서 <안전, 영토, 인구>의 내용을 강의한 지 오래였는데. 선생은 마르크스뿐 아니라 다른 사상가의 저작도 읽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당시 한국의 선생과 학생들은 대체로 지성사적 맥락에 무지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25663.html#csidxcf737f1b9a88040a7c5aea80f9f4992

때는 마침 입대 전, 시간이 황망하게 흐르던 시절이었고, 주변 선후배들이 모여서 <자본론>, <반듀링론>,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독일 이데올로기> 등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죽 읽어 나가던 참이었다. 군대 가기 직전에 그 책들을 읽어 나간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좀더 넓은 정치경제학의 맥락을 알 수 있게끔 프랜시스 허치슨, 애덤 스미스, 프랑수아 케네, 존 스튜어트 밀, 장 보댕, 베르나르도 다반차티, 장 바티스트 콜베르, 리처드 캉티용, 부아길베르, 튀르고의 정치경제학 관련 서적, 그리고 각종 중상주의 팸플릿까지 함께 읽었다면, 한층 넓은 시야와 좀더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이미 파리의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는 미셸 푸코가 유럽의 다양한 정치경제학 전통을 소화해서 <안전, 영토, 인구>의 내용을 강의한 지 오래였는데. 선생은 마르크스뿐 아니라 다른 사상가의 저작도 읽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당시 한국의 선생과 학생들은 대체로 지성사적 맥락에 무지했다.

나는 결국 그 무지를 떨치지 못한 채 군대에 갔다.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마친 훈련병들을 군대 훈련소 교관이 불러 모았다. “전달할 게 있다.” 교관의 입을 일제히 바라보고 있는 훈련병들에게 교관이 말했다. “소련이 망했다.” 페레스트로이카 어쩌고 하더니 결국 망했구나. 군복무 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그 말을 들은 지 너무 오래지 않아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함께 읽던 선후배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종적이 그냥 묘연한 사람도 있었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데올로기가 의심받자 정신치유의 여행을 떠난 사람도 있었고, 돈 벌기 위해 입시 학원을 차리려고 계획 중인 사람도 있었고, 취직이 불투명해지자 느닷없이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 /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기형도, ‘대학시절’)


--------------------


일단 왜 쏘오련이라고 하는지부터. 피지알에 쏘오련이라고 썼더니 누군가가 왜 그렇게 쓰냐고 묻더라고.


그때 그 사람들이란 영화가 있다. 구봉숙의 절세명곡, 한국을 조진 100인의 犬새끼들의 진술에 의하면 홀아비된 박정희가 떡질 대포질하며 심수봉 노래듣다가 총맞아 뒈진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재규어 장군님 역으로 백윤식이 출연허는디...


일단 재규어 장군님 존안 한번 뵙고 가자

장군님... 대국적으로 살겠습니다...


작중에선 이런 모습으로 등장헌다.

닮았다긴 좀 힘들어 보이지만, 젠틀하셨던 재규어장군님의 면모는 어느정도 구현되었지 싶다.

나는 젠틀한 도시의 재규어... 하지만 독재자에게는 차갑겠지...


여기서 백윤식 재규어 장군님이 P잭을 쏴 젓어뿐 다음 이런 대사를 하신다고 한다


'쏘오련에서는 브레즈네프가 죽고도 1주일로 비밀에 붙였어요. 이틀 딱 사십팔 시간이면 돼요. 그런데 우린 단 이틀도 보안이 안된단 말이에요?'


라고 하시며 당분간 숨기자고 한다. 물론 이건 사실과 다르다. 브레즈네프는 일단 1982년에 죽었다. P잭이 죽은 후 3년뒤이니... 게다가 사망직후 곧바로 사망사실이 공개되었다고 하기도. 뭐, 영화인데 이야기 전개만 그럴싸하면 뒤얐지 뭘~


각설하고

여기서 저 대사의 "쏘오련" 이란 표현이 왠지 음청시리 맘에 들었다. 여러분들도 그런거 있잖은가 괜히 어감이 좋아서 자주 쓰는 표현. 없나... 이와나이~

나는 발음이나 개성적 표현에 음청 민감함시롱 저런 표현들이 많다. 애초에 괴상한 표현들이 많은 블로그기도 허잖은가. 그게 다 그런거


각설하고

하튼 그래서 쏘오련이라고 부른다. 한 번 맘에 든건 어지간해선 질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나으 특성상 아마 평생 쏘오련이라고 헐 듯. 근디 내 인생 만년에 가서 쏘오련 이야기할 일이 을매나 있을지는...


각설하고

며칠 지난 신문인디... 뭐든 내일로 미루고 보는 지라, 이 포스팅을 하려고 맘먹은 저 신문을 본 지도 몇 일이 지났고, 그 신문을 본 것도 신문이 나온 날로부터 몇 일 뒤였다. 내일의 내일의 내일로 미루자.

한걸레(까는거 아니다. 까는데 내 돈주고 정기구독할리가 요즘같은 세상에. 그냥 막 나가는 표현을 즐길 뿐이다)에 김영민이라는 요즘 같은 세상에 철학하는 자(까는거 아니다. 나 자신이 전공이 문사철인데 깔리가. 그냥 막 나가는 표현을 즐길 뿐이다)가 논어 에세이라는 글을 연재헌다. 요즘이야 쫌금 덜 허지만 90년대만 혀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당께 같은 글들이 횡행하곤 혔었다. 현상에 대한 과잉된 설명욕구와 현상에 대한 부박하기 짝이 없는 이해의 극심한 간극을 극복치 못하고 되도 않는 글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시절은. 논어는 좋은 책이다. 병신같은 말도 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2500년동안 그 만큼도 사람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웃긴일 아닌가. 물론 2500년이 지났는데도 그 시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혀서 저런 책의 두껍을 쓴 글들이 나왔던 거긴 허지만, 대개 그 책이 까던 "공자" 라는 것은 나중 사람들이 지 좆대로 공자를 갖다붙인 이야기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완전무결의 성자야 당연히 아니겠지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공자는 깔 구석이 벨루 읎는 인물이다. 자기가 쓴거야 아니지만 그 정수가 담겼다는 논어가 그리 웃긴 글일리가.


각설하고

어쨌든 그런 고로 저 에세이도 잼있게 읽고 있다. 근데, 그 에세이의 8화를 읽다가 저런 이야기가 나온거다. 나는 쏘오련 문제에 있어서 서력 2018년 시점에선 낀 세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쏘오련 같은 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단 말인가. 물론 나는 쏘빠니까 쏘오련을 까는건 아니다만, 현실은 직시혀야지. 중국 이야기하고 미국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바쁜디 무슨 쏘오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적어도 살아있는 감비아 이야기 정도는 혀야지. 한감동맹 든든합니다(까는거 아니... 그만하자)


그렇다고 쏘오련과 무관한 세대도 아니다. 일단 쏘오련이 있던 시절을 살았던, 이제 점점 줄어들어가는 사람들의 무리에 분명히 속해있다. 1977년 생으로서 내 인생의 15년은 쏘오련과 겹친다. 어렸을 때 동생하고 쏘오련 미국 이야기하면 나는 쏘빠였고 동생은 미빠였다. 쏘오련으 5백만 대군이란게 왤케 멋져보였던지... 글구 그 시절부터 미국은 괜히 싫었다. 지금도 미국은 존나 싫고.(그래서 도람푸 좋아함. 도람푸가 병신이라 미국을 말아먹고 있으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오련이라는 어마무지한 정치적 존재감을 지니던 존재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활동 - 그것이 인용한 기사에서처럼 그 사상을 따르는 것이든 쏘오련이란 존재에 강력한 거부감을 지니는 어떤 언동이든 - 에 이르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던 시기에 쏘오련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좋은 쏘오련이었습니다...


물론 완전 무관할 수는 없는게 뭐니뭐니해도 1983년의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이 있었으니까. 아직 존두환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기도 한데다, 근 3백여명이 쏘오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당한 어마어마한 사건이다봉께... 아마 정규군이 민간 여객기를 격추시킨 일로서는 전대미문이 아니었을까. 전국적으로 절망과 분노가 폭발했고 어마어마한- 요즘은 잘 안 쓰이는 표현인 규탄의 물결이 넘쳐흘렀다. 나같은 7짤 아이들은 쏘오련규탄 글짓기를 혀야혔고, 쏘오련규탄 웅변대회에 참가하고 그려야 혔다. 당시 서기장은 안드로포프 장군님이신디, 시사만화에 안드로포프를 까는 글이 나오고 그랬었다... 는건 나중에 본거. 나로서는 안드로포프란 이름을 안 자체가 쏘오련이 멸망하고도 몇년 뒤이니... 살아님이 쏘오련 계실적엔 고르바초프 흐루시초프 스탈린 레닌 밖에 몰랐다. 안드로포프 장군님은 대단한 분이신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터.


각설하고

그런 고로 쏘오련을 잊기엔 그 기억이 노무 선명하고 쏘오련 시대를 살았다기엔 노무 어렸던 나는 쏘오련에 있어서 낀 세대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기억만은 노무나도 뚜렷하다. 나가 대학을 간 96년은 아직 운동권이 살아있던 시절이고, 이 시점에 이미 운동권에서도 쏘오련 이야기는 벨루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망한 나라 이야기 자꾸 해봐야 사회주의는 패배했다는 말 밖에 더 되겠냐. 다만, 그럼에도 명백히 그들은 쏘오련으 유산이기도 한지라, 운동권들과 아웅다웅(대학시절 나는 무려 90년대 운동권이 살아있던 시절의 사학과에서 보수의 필두였다. 늦게 배운 도둑놈이 더하다)하면서도 쏘오련의 존재감을 느꼈다... 라고 하면 무용담이 과하려나.


과하다기엔 역시 저런 언술들을 볼 때마다 쏘오련의 기억이 뇌리에서 꿈틀거리곤 헌다. 그 인상깊은 기억이. 주변인이 상당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중심인들에는 훨씬 깊은 각인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시절 쏘오련과 기타초센을 의지하여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야말로 시대의 자욱같은 것일테고. 그리고 그 자욱이 깊었던 만큼 상처도 깊었겠지. 종적이 묘연해지고 정신치유를 위해 떠나고 신경질이 날 만큼.


한 시대를 좌지우지했고, 한 시대의 기억을 장악한 존재치고는 쏘오련은 좀 많이 잊혀진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정사라는 것은 뒤를 잇는 왕조가 써야허는 것인디... 옐친은 그걸 싸그리 말아먹어부렀고, 곡던(푸틴으 야민정음. 야민정음 배우세요)이 쏘오련을 대하는 태도는 뭔가 애매하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 그는 쏘오련과의 이야기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음시롱. 그리고 그런채로 27년이 흘러버렸다. 길다기도 짧다기도 애매한 세월이. 잊혀지기엔 분명히 짧고 많은 기억들이 남아 있을 것이며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정리되지 않은채로 쏘오련의 이야기는 갈 곳을 잃고 오늘도 이렇게 부평초처럼 떠돌고 있다.


그냥 뭔가 안타깝다. 그래서 나라도 기억해보려고, 이렇게 기억중추가 자극받아 본 김에 글 하나 남겨둔다.


쏘오련은... 죽지 않는다!

Posted by 앙겔루스노부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인간의 본질은 감각과 기억이다
앙겔루스노부스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