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는 아시는 분은 아시듯이 이 짤


오늘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었다. 여러 내용이 있지만 골자는 종부세의 급격한 인상. 거두절미하고 나는 찬성이니 환영한다. 나 자신 적잖은 부동산 자산을 가진 사람이고, 이번 증세안을 보아하니 자칫하면 나까지 종부세를 내게 생겼(그동안은 상가분이 커서 주택분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안 냈는데, 이번에 시가반영률과 과세표준이 전부 내려가서 나도 내게 생김)긴 하지만, 나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각설하고,

문재인이 대통령인 정권이 낸 정책이니 문재인타령을 하는거야 당연하다믄 당연하긋다, 근데 이게 왜 함정이냐?

다들 아시겠지만 노무현 정권이 심각할 정도로 인기를 잃고 사람들의 인망을 잃은 정권이 된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다. 그리고, 그 부동산 문제에서도 실제의 영향력에 비해 과도하게 화제가 되어 여론이 쏠리는 바람에 타격을 크게 입은 부분이 종부세 문제인 것은 이 또한 어지간하믄 다들 아실 것이다. 별것도 아닌 문제가 엄청나게 화제가 된 부분. 실로 이게 다 노무현 때문


그 추억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종부세, 나아가 세금 인상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애초에 박근혜 정권기 이후로 세수초과가 이어져 세입이 부족하지 않기도 했긴 하지만, 문재인이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팽창, 큰 국가론이기에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고, 재정지출의 근간은 결국 세금이었기에, 큰 국가론을 하겠다면서 세금인상은 안하겠다는게 뭔 소리냐, "진정성" 이 없는거 아니냐, 친 시장으로 가냐, 너도 좌측깜빡이 키고 우회전이냐 같은 별별 소리가 다 나오게 만들었다. 작년들어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추세에도 불구하고 찔끔찔끔하는 정책들만 내 놓았던 것도 결국 핵심인 세금문제를 못 건들었기 때문.


그러다가 2017년의 8.1대책에서 어느정도는 효과가 나왔다. 8.1대책 자체는 세금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종부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문제가 그 시점에서는 이미 도입이 시간문제라고 여겨진 상황에서 8.1 대책에 보유세까지 적잖이 부과되면 시장에 영향을 꽤 줄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 그런데, 올 봄에 여러 논란끝에 도입된 보유세 강화안은 시장의 우려? 보다 훨씬 낮은 것이었고, 종이호랑이 보유세를 보고 안도? 한 시장은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작금의 부동산 인상에 이르는 상황.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오늘 칼을 빼든게, 노무현 정권기보다도 더 높은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보유세의 인상.


이게 오모시로이 한 부분은, 아무리 봐도 설계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요시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애초부터 종부세는 크게 인상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노무현 정권의 몰락의 상징과도 같은게 종부세였던지라... 그 당시 청와대 언저리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노무현이 윤허하지 않으셔서 못 벗어나 계속 시달리면서 이빨 10개를 봉헌한 문재인 입장에서는 사무치게 기억하고 있을 그 일 말이다. 그런 당사자가, 그 트라우마에서 그리 쉽게 벗어날 수 있나? 앞서 말했듯이 종부세는 그리 심각하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가 되어버림으로서 타격이 컸고, 작금에 그와 비슷하게 문재인을 괴롭히고 있는게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문제이기도 하다보니, 상징적 정책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의 위험성을 재삼 재사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


부동산 과세문제에 발목을 잡는 것은 두 가지가 더 있는데, 하나는 자기가 한 말이고 하나는 외부의 영향이다. 자기가 한 말은, 문재인이 대선 캠페인 내내 추가적인 세금 인상은 가급적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해놨다는 것. 한 말을 뒤집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의 영향이라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강남 복부인들이 문제지만, 이 경우에서는 내부에서의 저항의 문제이다. 장하성과 김동연으로 대표되는, 마치 노무현 시기 이정우와 이헌재의 갈등을 오버랩하게 하는, 참모그룹과 관료그룹의 갈등문제는 사실이니 과장되었느니 아니니 말이 많지만, 하여튼 그림이 나오고는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올해 초 보유세가 종이호랑이가 되었다, 는 말을 혔는디, 거기에 이 문제가 관련이 있다. 청와대 산하의 조세정책위원회? 이름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거기서 보유세 개편안을, 오늘 내 놓은 안 만큼 쎄게 내 놓은 일이 있다.


이걸 정면으로 들이받은게 바로 저 김동연 대장대신이었다. 그리고, 이후 나온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은 종이호랑이가 뒤얐고, 시장은 안도하면서 달리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부동산 보유세 건들었다 박살난 노무현 정권기에 그 박살의 가운데서 같이 뚜드려 맞던 대통령

2. 세금인상을 가급적 안하겠다고 자기가 해 놓은 말

3. 정부 내부에서의 정책노선을 둘러싼 갈등


이렇게 보유세 인상문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종부세는 대대적으로 인상되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앞서 이걸 들이받았던 김동연 대장대신은 자기가 앞장서서 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그렇다.


내가 보기에, 이 흐름은 청와대측에서 어느정도 세팅한 흐름이라고 보인다.

일단 큰 전제는 보유세는 올린다, 라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보유세는 크게 낮다. 그 자유시장경제의 상징이라는 미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2%다. 한국은 0.3%던가 그렇다. 보유세가 없는게 부동산이 투기판이 된 큰 이유중 하나다. 거래세는 빡쎄긴 헌데, 그랴서 그걸 우회하고 안 낼라고 온갖 개같은 꼼수와 지랄질들이 펼쳐지는 복마전이 된게 부동산 아닌가. 거래과정은 서류로 조작하기 상대적으로 낫으니까. 그렇기에 애초에 보유세를 높이는게 부동산 복마전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되는건데, 한국인들은, 일은 취미로 하고 돈은 부동산에서 버는 것이라는 훌륭한 관념을 지닌 사람들이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츄라이 하는 것은 노무현처럼 경을 칠 일이었던 것. 종부세가 쓸데없이 논란이 컸던 이유도 이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더해, 결국 한국에서 재산 불평등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보유세의 유효한 부과는, 어차피 부동산 없는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없고(종부세 최초 도입시 땅도 없는 인간들도 지랄을 했다는게 제일 조조같은 거)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적잖은 세금을 거둬 재산 불평등 자체도 완화하고 거기서 얻을 재원으로 다른, 이니 하고 싶은 거도 다 할 수 있으니.


그렇기에 올린다는 전제는 갖고 있었는데, 그걸 올리려니 아무래도 이거 야바이~ 한 것이다. 위험한 것이다... 이미 당해봤으니까. 하고는 싶은데 위험해서 하기 힘들면? 위험하지 않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이다. 사실 노무현 시기의 종부세 도입때 여론은 이해할 수가 없었던게, 부동산가격이 미칠듯이 오르니 좀 잡아라, 라는 여론은 비등한데, 그걸 잡겠다고 종부세를 도입하겠습니다~ 했더니 쟌넨! 노무현이 경제를 죽인다, 아이고 나 죽네!!! 하는 여론이 나와서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던 거.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일관성 없는 여론은 물론 기본적으로 노무현이 한다면 무조건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한나라 조중동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하여튼 중요한건 여론이 그에 부화뇌동을 했건 주체적으로 수용을 했건 여론이 나빴다는 것이기에, 여론이 반대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작금의 보유세 인상이, 형식상으로 2단계에 걸친 인상이 된 것은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설계이자 계략인 면이 있다고 본다. 일단 보유세를 인상한다고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로서 사람들이 눈치보고 관망하기 시작한다. 근데 보유세를 찔끔 인상하니, 사람들이 안심하고 부동산 가격을 막 올린다. 그러면 여론이 나빠지고 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보유세를 도입한다.

???

profit!!!


이 과정에서 오모시로이 한 것은 김동연의 롤이다. 단순히 원론적으로만 보자면, 보유세를 강화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청와대의 방침을 들이받고, 무의미한 수준의 보유세 인상을 주도하여, 올해 중반의 부동산 폭등을 불러온 것은 어느정도는 김동연 대장대신의 책임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당시에 나는 불만이 많았다. 김동연 대장대신 점마 저거 수꼴 아니노???


근데, 오늘 보유세의 전면적이고 대폭적인 인상안도 결국 주무부처가 대장성이니 대장대신이 발표하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같은 입으로 두 말 하고 있는거다. 이거 뭐냐??? 냄새가 나지 않냐???


게다가, 올해 초에 일부 진보적 지식인이 문재인의 개혁이 후퇴한다고 깐 일이 있다. 보유세의 찔끔인상사건 전후에 있었던 일이다. 근데 그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담당상이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52069.html


김상조 “진보진영 조급증·경직성 탓 개혁실패 우려”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말 보고 왠지 임영박의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오랜만에 운위해보는 지곤조기가 떠오르긴 혔는디... 솔까 나는 좀 기다려봐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혔다.


이 발언까지 합치니... 그림이 나온다, 라는 느낌이 든다. 처음부터 여론의 지지를 얻으며 종부세를 대폭 인상하기 위해 기획된 시그니처 무브가 아니었던가, 하는 그림말이다.


만약 이게 내 의혹대로 실제로 기획된거라면, 이거 정말 놀라울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문재인이 세금인상은 가급적 안할 것, 같은 발언을 했던건 사람들이 기억도 안하고 있고, 김동연 대장대신이 엇갈리는 행보를 보인건 과문해서 그렇지만 무려 "나말고 간파한 사람이 없" 는거 같고, 여론은 반대는 커녕 진작에 올릴 것이지~ 랄 정도로 아~~~무런 문제없이 스무스하게, 종부세를 대대적으로 인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아... 이것은 "계략" 이라는 것이다...


라는 것인가... 문재인의 정무능력 전혀 기대 안 혔는디, 이게 이렇게 매끄럽게 처리되다니... 진짜 혀를 내두르고 있다. 문빠라서 이렇게 본다, 라면 할 말 없는데, 전에도 쓴 일 있지만, 문재인을 가장 많이 물어뜯은 사람중 하나인 박지원 개눈깔 장군님도 칭송해 마지 않는 나라는 점을 기억해주시도록. 정치 잘하면 나는 누구든 빤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권모술수를 봐서 눈이 상쾌해진 김에, 죽은 블로그에 글 하나 써 봤다. 이제 실업률하고 출산율좀 잡자...


그리고



노무현 장군님... 태어나 주셔서 감사하고 문재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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